
지방 강의를 갈 때면 어김없이 KTX를 탑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코레일의 다양한 시도를 접하게 되는데요. 최근에도 흥미로운 굿즈가 새롭게 출시됐습니다.
이번 신제품은 키캡 키링, 손톱깎이, 룰렛 키링 등 3개 카테고리 12종입니다. KTX산천, KTX청룡, ITX-새마을, 무궁화호 등 대표 열차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철도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열차 모형 블록 시리즈를 활용해 상품화했습니다. 이번 굿즈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열차 손톱깎이였습니다. KTX산천, KTX청룡, ITX-새마을, 무궁화호의 전면부 디자인과 색상을 그대로 반영해 제작한 제품인데요. 얼핏 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습니다.

광고가 어려워진 시대, 굿즈는 새로운 접점이 된다
굿즈는 단순히 판매를 위한 상품이 아닙니다. 브랜드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접점입니다. 열차 손톱깎이를 구매한 사람은 손톱을 정리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열차 디자인을 보게 됩니다. 키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방이나 열쇠에 달고 다니는 동안 브랜드와 계속 접촉하게 됩니다. 즉, 굿즈는 소비자의 일상 속에 브랜드를 배치하는 장치입니다.
많은 기업이 고객 경험을 이야기할 때 체험 행사나 오프라인 이벤트를 떠올립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경험은 반드시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더 강력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도 여행을 떠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 열차 이미지가 있다면 브랜드는 계속 기억 속에 남게 됩니다. 한 번 강하게 만나는 것보다 여러 번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더 큰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철덕이 반응하는 이유, 디깅 소비를 이해해야 한다
이번 사례를 보며 함께 생각해볼 키워드는 '디깅(Digging)'입니다. 디깅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게 파고들며 몰입하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철도 분야에는 흔히 '철덕'이라고 불리는 철도 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열차 소식은 물론이고 관련 굿즈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관심사를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콘텐츠를 공유하며, 관련 상품을 구매합니다. 즉, 이미 팬이 된 사람들입니다.
최근 경기 침체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비가 줄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모든 것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는 과감하게 지출합니다. 관심 없는 영역에서는 극도로 합리적이지만, 관심 있는 영역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소비 자체를 늘리는 방법보다 관심사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코레일의 굿즈 전략은 단순한 부가 수익 사업이 아닙니다. 열차를 이동수단에서 끝내지 않고 일상 경험으로 확장하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복 노출, 고객 경험, 디깅 소비, 팬 마케팅이라는 여러 트렌드가 함께 작동합니다. 앞으로도 코레일은 다양한 굿즈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굿즈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전략입니다. 브랜드를 어떻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만들 것인가, 어쩌면 코레일은 그 질문에 대한 꽤 좋은 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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